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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할 만한 자리 -연암 박지원-

교육

by 물고기의오른쪽눈 2023. 11. 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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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할 만한 자리> -연암 박지원-

 

작자가 요동을 지나면서

요동의 백탑과 그 주변의 광야를 보고 쓴 기행문.

요동 벌판에 이르러 한바탕 울고 싶은 심정과 넓은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실감 나게 표현.

 

▶글의 전개

작자 연암 박지원과 정진사의 문답 구조

→작자 : 요동 벌판을 좋은 울음터라고 말함.

→정진사 : 울고 싶어하는 까닭을 물음.

→작자 : 7정의 모든 감정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됨.

→정진사 : 7정 중 어느 정 때문에 울어야 하느냐고 물음.

→작자 : 갓난아이의 울음처럼 넓은 곳에 처한 기쁨과 즐거움으로 울어야 한다고 답함.

요동이 통곡할 만한 자리임을 확인함. (전체 지문)

 

 

[지문]

초팔일 갑신(甲申). 맑다.

정사 박명원(朴明源)과 같은 가마를 타고 삼류하(三流河)를 건너 냉정(冷井)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십여 리 남짓 가서 한 줄기 산기슭을 돌아 나서니 태복(泰卜)이 국궁(鞠躬)을 하고 말 앞으로 달려 나와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큰 소리로,

백탑(白塔)이 현신함을 아뢰오.” / 한다. ➜태복이 곧 요동벌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함

태복이란 자는 정 진사(鄭進士)의 말을 맡은 하인이다. 산기슭이 아직도 가리어 백탑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가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말을 멈추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대고 말했다.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요동벌이 좋은 울음터라고 생각함

정 진사가, / “이 천지간에 이런 넓은 안계(眼界 ; 시계)를 만나 홀연 울고 싶다니 그 무슨 말씀이오?” / 하기에 나는, ➜정진사가 울고 싶어 하는 이유를 물음

“참 그렇겠네. 그러나 아니거든! 천고의 영웅은 잘 울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지만 불과 두어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을 그저 옷깃을 적셨을 뿐이요, 아직까지 그 울음소리가 쇠나 돌에서 짜 나온 듯하여 천지에 가득 찼다는 소리를 들어 보진 못했소이다. 사람들은 다만 안다는 것이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 중에서 ‘슬픈 감정[哀]’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를 겝니다. 기쁨[喜]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怒]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愛]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惡]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欲]이 사무치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소이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북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오? ➜칠정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된다고 답함

사람들의 보통 감정은 이러한 지극한 감정을 겪어 보지도 못한 채 교묘하게 칠정을 늘어놓고 ‘슬픈 감정[哀]’에다 울음을 짜 맞춘 것이오. 이러므로 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를 때 이내 억지로라도 ‘아이고’, ‘어어’라고 부르짖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말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하고 참다운 소리는 참고 억눌리어 천지 사이에 쌓이고 맺혀서 감히 터져 나올 수 없소이다. 저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자기의 울음터를 얻지 못하고 참다못하여 필경은 선실(宣室)을 향하여 한 번 큰 소리로 울부짖었으니, 어찌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칠정의 울음은 쌓이고 맺혀서 터져 나오는 울음임

“그래, 지금 울 만한 자리가 저토록 넓으니 나도 당신을 따라 한바탕 통곡을 할 터인데 칠정 가운데 어느 ‘정’을 골라 울어야 하겠소?” ➜정진사가 어느 정으로 울어야 하는지 물음

“갓난아이에게 물어 보게나. 아이가 처음 배 밖으로 나오며 느끼는 ‘정’이란 무엇이오? 처음에는 광명을 볼 것이요, 다음에는 부모 친척들이 눈앞에 가득히 차 있음을 보리니 기쁘고 즐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이 같은 기쁨과 즐거움은 늙을 때까지 두 번 다시없을 일인데 슬프고 성이 날 까닭이 있으랴? 그 ‘정’인즉 응당 즐겁고 웃을 정이련만 도리어 분하고 서러운 생각에 복받쳐서 하염없이 울부짖는다. 혹 누가 말하기를 인생은 잘나나 못나나 죽기는 일반이요, 그 중간에 허물⋅환란⋅근심⋅걱정을 백방으로 겪을 터이니 갓난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울어서 제 조문(弔問)을 제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결코 갓난아이의 본정이 아닐 겝니다. 아이가 어미 태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는 어둡고 갑갑하고 얽매이고 비좁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탁 트인 넓은 곳으로 빠져나오자 팔을 펴고 다리를 뻗어 정신이 시원하게 될 터이니, 어찌 한 번 감정이 다하도록 참된 소리를 질러 보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마땅히 본받아야 하리이다. ➜갓난아이처럼 넓은 세상에 나온 기쁨으로 울음

비로봉(毘盧峰)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잡을 것이요, 황해도 장연(長淵)의 금사(金沙) 바닷가에 가면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얻으리니, 오늘 요동 벌판에 이르러 이로부터 산해관(山海關) 일천이백 리까지의 어간은 사방에 도무지 한 점 산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끝이 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고 간 비바람만이 이 속에서 창망할 뿐이니, 역시 한 번 통곡할 만한 ‘자리’가 아니겠소.” ➜통곡할 만한 자리를 확인함

 

▶지문 이해

초팔일 갑산, 맑다 : 일기 형식

삼류하를 건너 - : 기행문의 여정

국궁 : 존경하는 뜻으로 몸을 굽힘.

현신 : 지체 낮은 사람이 지체 높은 사람을 처음으로 뵈는 일을 뜻함.

백탑이 현신함을 아뢰오. : 문맥 의미는 ‘백탑이 보인다’는 뜻. 아직 탑이 보이지도 않는데 이렇게 표현한 것은 들뜨고 흥분된 감정을 드러낸 것임. 행동의 주체가 뒤바뀐 주객전도식의 표현. 의인법

눈앞이 아찔해지며 - : 요동 벌판의 광활함으로 인한 현기증

좋은 울음터로다. - : 요동 벌판에 대한 벅찬 감회를 표현한 것으로, 발상의 전환이 보임. 울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천지간에 이런 - : 상식적이고 일반적 생각에서 한 말

칠정이 모두 울음을 - : 상식적으로는 울음은 슬플 경우에 나오는 것이지만, 필자는 기쁠 때나 즐거울 때를 비롯해서 칠정 모두 울음을 유발한다고 독창적으로 생각함. 참신한 발상이 돋보임.

가의 : 한 나라의 문인으로 간언 하다가 귀양가게 되었으나 나라를 걱정하여 상소문을 올린 사람

선실을 향하여 - : ‘선실’은 한 문제가 거처하던 궁실로서, 한 나라 정권을 가리킴. 이곳을 향하여 울부짖었다는 것은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렸다는 뜻임.

나도 당신을 따라 - : 정진사가 글쓴이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음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희(喜 ; 기쁨)와 낙(樂 ;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음.

아이가 어미 태 속에 - : 갓난아기의 울음 소리를 참신하게 해석.

요동 벌판에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갓난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기쁨으로 나타낸 것

어미 태 속 : 시대적으로 보면, 조선 사회의 폐쇄성을 가리킴. 조선의 좁은 곳을 벗어나 대륙의 새로운 문명을 접한 감동을 넓은 요동 벌판에서의 울음으로 나타냄.

비로봉 꼭대기 : 통곡할 만한 자리①

장연의 금사 바닷가 : 통곡할 만한 자리②

요동 벌판 : 통곡할 만한 자리③

이로부터 산해관 - : 한자어로, 일망무제(一望無際): 아득히 멀어서 끝이 없음

어간 : 일정한 시간이나 공간의 사이

창망 : 넓고 멀어서 아득함.

 

▶지문 정리

요동 벌판에서의 울음과 갓난아기의 울음을 예로 들어

기쁨의 울음을 울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을 보이고 있다.

•특징 :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대상(울음)을 분석하고 있다.

작자의 호연지기가 잘 나타나 있다.

 

▶요점 정리

갈래 : 중수필, 기행문

성격 : 체험적, 비유적, 교훈적, 사색적, 분석적, 논증적

표현 : 적절한 비유와 구체적인 예시실감나게 묘사함

특징 : 발상과 표현이 참신함.

주재 :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기쁨. 드넓은 광야를 보고 느끼는 통쾌함. 울음의 진정한 의미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자가 중국의 요동을 여행할 때

요동의 백탑(白塔)과 광활한 요동 벌판을 보고 그 감회를 적은 글이다.

●천하의 장관인 광활한 광야를 보고 ‘통곡하기 좋은 울음터’라고 말하면서

그 까닭을 나름대로의 독특한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작자는 요동 벌판을 보고 ‘한바탕 울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울음은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극에 달해 북받쳐 나오는 울음이다.

 

 

▶ 핵심 Point

■참신한 발상과 비유

-근거 1 → 요동 들판에서의 울음 : 천하의 장관을 보면 감탄하는 것이 보통인데, 작자는 한바탕 울어 볼 만하다고 하여 기존 인식과 다른 발상을 보여 주고 있다. 울음은 슬플 때 나온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작자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나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독창적 발상에 의한 새로운 해석>

-근거 2 → 갓난아기의 울음 : 갓난아기의 울음을 슬픔, 두려움의 울음이 아니라, 답답함에서 트임의 상황으로 나오는 기쁨과 즐거움의 울음으로 인식한다. <조선 사회의 폐쇄성에 대한 은근한 비판>

 

■작품에 나타난 ‘울음’의 속성 : 울음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으로써,

어떤 감정이든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나올 수 있다.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라고 나타냈다.

 

문답 구조 : 작자와 정진사의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진사 : 상식적, 보편적 발상
  (요동 벌판은 경탄할 만한 장관임
울음은 슬픈 감정에서 나옴)
작자 : 창의적, 개성적 발상
(요동 벌판은 좋은 울음터임
기쁨과 즐거움도 울음의 원천이 됨)

        

 

■서술상의 특징

-감상 및 분석 :

이 글은 묘사보다는 감상 중심의 글이다.

장관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통곡하겠다는 발상의 전환,

대상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나타나 있다.

 

-고사 인용 : 옛 인물(가의에 관한 고사)을 인용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참신한 비유 : 독창적인 비유로 신선한 충격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체험 사례 제시 : 구체적 체험을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작자의 태도

-호연지기 : 요동 벌판을 바라보는 작자의 기상이 드러나 있다.

-사색적 태도 : 사물의 본질에 대해 사색적, 관조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확인 Test>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이 아닌 것은?

① 구체적 체험 제시

② 문답 구조

③ 독창적인 비유

④ 고사 인용

⑤ 여정과 견문 중심

 

2. 요동의 장관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통곡하겠다고 하여 󰏚󰏚의 전환을 보이고 있다.

 

3. 작자는 울음은 7정의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

 

답 1. ⑤ 2. 발상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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